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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만 가면 혈압이 정상.. '가면 고혈압' 방치 시 뇌졸중·신부전 위험
많은 사람들이 병원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 수치를 자신의 정확한 혈압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혈압은 측정 장소와 심리 상태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기도 해 병원 수치만으로 고혈압 여부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 병원에서는 혈압이 높지만 집에서는 정상인 '백의 고혈압'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병원에서는 정상이지만 집에서만 혈압이 오르는 '가면 고혈압' 환자도 적지 않다. 두 유형 모두 관리가 필요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가면 고혈압'의 위험성을 더욱 경고한다. 내과 전문의 좌정민 원장(맑은수내과의원)에게 두 고혈압 유형의 차이와 올바른 관리법에 대해 물었다.
'백의 고혈압'과 '가면 고혈압'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진료실에서 측정했을 때는 혈압이 160~170mmhg 정도로 높게 나오지만, 집에서 측정하면 정상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이라고 합니다. 집에서 주기적으로 측정한 혈압이 정상이라면 당장 약물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가면 고혈압(masked hypertension)'은 병원에서는 120/80mmhg로 정상 수치를 보이지만, 집에만 가면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즉, 두 질환은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장소가 서로 반대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두 유형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요?
둘 다 위험성이 있지만, '가면 고혈압'이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진료실 혈압이 정상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고혈압 진단을 놓쳐 치료 시기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약을 복용 중인 환자라도 병원 수치가 정상이다 보니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것처럼 보여, 실제 필요한 양보다 적게 처방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혈관 손상이 누적되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가면 고혈압을 방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주요 합병증은 무엇인가요?
가면 고혈압을 방치하면 혈관 손상이 일어나고, 손상된 부위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어 혈관이 좁아지는 '죽상동맥경화', 흔히 말하는 동맥경화로 진행됩니다. 이때 심장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나빠지면 신장 기능 부전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하수관에 기름진 음식물을 계속 버리면 어느 순간 역류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체 혈관도 완전히 막히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막히는 순간 치명적인 합병증이 닥칩니다.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은 한 번 발생하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문제는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고혈압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좌심실 비대'로 심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콩팥 혈관 손상으로 단백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치해 신장이 계속 망가지면 말기 신부전이나 혈액 투석이 필요한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가면 고혈압이 의심되면 즉시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되나요?
가면 고혈압이 의심될 때는 우선 가정에서 혈압을 자주 측정해야 합니다. 가정 혈압 기준으로 수축기 135mmhg 혹은 이완기 85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합니다.
치료 여부는 환자의 위험 요인에 따라 다릅니다.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는 20~30대 젊은 성인이 가면 고혈압이 의심될 경우, 당장 약을 쓰기보다 생활 습관 교정을 먼저 권합니다. 그러나 고령이거나 당뇨병, 심뇌혈관 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는 분들은 발견 즉시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체적인 생활 습관 개선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첫째, 식단은 싱겁게 드셔야 합니다. 둘째, 체중 감량이 필수적입니다. 체중을 5kg만 감량해도 혈압이 5~10mmhg 정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셋째, 운동은 주 3회, 30분씩 '중간 강도'로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옆 사람과 대화는 가능하지만 약간 숨이 찰 정도의 강도로,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가벼운 수영 등이 좋습니다. 넷째, 술과 담배는 끊어야 하며 힘들다면 줄이기라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면 장애가 있다면 혈압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합니다.
'백의 고혈압'도 시간이 지나면 실제 고혈압으로 진행될 수 있나요?
통계적으로 백의 고혈압 환자의 약 30%가 실제 고혈압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환자들이 "병원에서만 높고 집에서는 괜찮다"며 안심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고혈압 진행 확률이 꽤 높습니다. 백의 고혈압 환자들은 혈관이 다소 딱딱하거나, 긴장을 잘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특징이 있어 일반인보다 고혈압 발생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방심하지 말고 주기적인 혈압 확인이 필요합니다.
가정에서 혈압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측정 전 최소 5~10분간 휴식을 취해야 하며, 30분 이내에는 운동, 커피 섭취, 흡연을 피해야 합니다. 소변을 본 후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며, 측정 중에는 대화나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측정 시기는 기상 후 30~60분 이내, 혈압약 복용 전이 좋으며 보통 아침 7시와 저녁 9시, 하루 두 차례 측정합니다. 한 번 측정할 때 5분 간격으로 두 번 재서 그 평균값을 기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합니다. 예를 들어 1차 140, 2차 130이 나오면 평균인 135로 기록하시면 됩니다.
자세도 중요합니다. 양발을 바닥에 붙이고 바르게 앉아야 하며 다리를 꼬아서는 안 됩니다. 팔꿈치는 심장 높이에 맞춰 테이블에 올리고, 커프는 팔 오금(접히는 부분)에서 2~3cm 위로 감아 측정합니다. 두꺼운 옷은 오차가 생기므로 맨살이나 얇은 옷 위로 측정해야 정확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침 혈압이 높고 저녁에 떨어지는 것이 정상인데, 반대로 아침에 낮고 저녁에 높다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으므로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최근 많이 사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도 도움이 될까요?
스마트 워치나 반지 등을 통한 혈압 수치도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직접 혈압을 재지 않고도 하루 동안의 혈압 변동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면에 방해받지 않고 자는 동안의 혈압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다만 전반적인 혈압 추세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진단용은 아니므로 반드시 실제 혈압계 측정값과 비교해봐야 합니다.
주기적인 혈압 측정은 몇 세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40세 이상 성인에서는 혈압 측정을 자주 해 보시는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젊더라도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혈압 측정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혈압계를 사서 측정할 때는 양쪽 팔에 한 번씩 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양팔을 쟀을 때 혈압 차가 15 이내인 것이 일반적이며, 양팔 중 더 높은 수치가 나온 쪽을 지속해서 측정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백의 고혈압', '가면 고혈압'이 의심될 때 어떻게 확인하고 관리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 측정해서 자신의 혈압 상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혈압 측정 자세, 측정 시간, 방법들을 잘 지켜서 측정하고 수치를 기록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팔뚝형 혈압계라면 가격과 상관없이 정확도에 큰 차이가 없으니 가정에 하나쯤 구비해두길 권합니다.
고혈압은 '침묵의 병'입니다. 혈압이 높게 나왔지만 증상이 없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증상이 나타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처럼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기 진단을 통해 미리 확인하고 담당 의사와 치료 여부를 상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획 = 김다인 건강전문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