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증가로 인해 노화에 따른 질환을 겪는 환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심방세동’도 그러한 질환 중 하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진료인원은 24만 4,896명으로, 2016년 대비 35.3%(6만 3,942) 증가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70대가 32.87%로 가장 많았고, 60대 26.4%, 80세 이상 23.6% 순이었다.문제는 심방세동이 치명적인 질환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내과 구지훈 원장(시흥센트럴병원)은 “심방세동이 지속되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혈전이 생겨 뇌졸중과 같은 위험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어 고위험군인 기저질환자와 고령층은 주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으며, 일상 속 위험인자에 대해서는 늘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구지훈 원장이 백선혜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심방세동, 어떤 질환인지 궁금합니다. 심방세동 환자는 어떤 증상을 느끼게 되나요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
우리 심장은 심방과 심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심방과 심실은 순차적으로 한 번씩 번갈아 뛰면서 펌프질을 하는데요. 심방세동은 이 심방이 효과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리는 상태를 말합니다. 심방세동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무기력감이나 호흡곤란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요. 사실, 심방세동 환자의 대부분은 무증상입니다. 환자의 약 30%에서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40% 이상에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합병증이 나타난 후 뒤늦게 발견되곤 합니다.q. 최근 심방세동 관련 연구들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제로음료가 심방세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최근 참가자들에게 설탕음료, 인공감미료가 들어있는 음료, 그리고 천연 과일음료 3가지를 일주일간 1l 미만, 1~2l, 2l 이상 마시게끔 하고 심방세동의 발생률을 비교해 본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연구 결과, 설탕음료와 인공감미료가 든 음료, 즉 제로음료를 마신 그룹에서 심방세동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제로음료를 일주일에 2l 이상 섭취한 그룹에서는 심방세동 위험이 20%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죠. 제로음료를 마시면 심방세동이 반드시 생긴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런 경향성이 있는 건 확실한 거예요. 그러니 되도록이면 제로음료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죠.q. 흡연과 음주도 위험인자로 여겨진다고 알고 있습니다.흡연이 미치는 악영향은 명백합니다. 담배 성분 중 니코틴이라고 하는 성분이 심방을 직접 자극하여 빨리 뛰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음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알코올이 비슷한 작용을 해서 심방을 빨리 뛰게 만들고요. 특히 술을 세 잔 이상 마시면 그 악영향이 커집니다. 이때, 세 잔은 주종별 표준 잔을 기준으로 합니다. 소주잔, 맥주잔, 와인잔 등 표준 잔을 기준으로 하여 세 잔이 넘어가면 심방세동의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경계해야 합니다.한편, 커피도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하는 환자분들이 많은데요. 다행히 카페인은 어느 정도 섭취해도 심방세동과는 큰 연관성이 없습니다.q. 증상이 없는 만큼, 위험인자들에 주의하면서 꾸준히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심방세동의 적당한 검사 주기가 궁금합니다.심방세동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만큼, 고령층에서 선별 검사를 할 것을 추천하고 있는데요. 65세 이상이라면 웨어러블 기계를 사용하거나 스스로 맥박을 꾸준히 체크해 보시고요. 불규칙하게 뛰거나 너무 빨리 뛴다면 병원을 찾아 이차적으로 정밀 검사를 받아보길 권장해 드립니다.75세 이상이거나 고혈압, 심부전,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등 뇌졸중의 고위험군에 해당할 경우, 보다 체계적인 선별 검사가 필요합니다. 매년 한 2주 정도 시간을 내어 집중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q. 심방세동 검사 및 진단 방법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심방세동은 심장의 전기 흐름을 측정하는 심전도를 통해서 진단합니다. 심전도 상 심방세동이 발견되면 그다음 절차가 조금 시간이 걸리는데요. 우선,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심방세동의 상태를 평가해야 합니다. 심방세동은 크게 발작성 심방세동과 지속성 심방세동으로 나뉘는데요. 발작성이란 심방세동이 잠깐 생겼다가 정상으로 돌아오길 반복하는 것을, 지속성 심방세동은 계속 심방세동 상태인 것을 말합니다. 둘 중 어떤 상태인지 확인이 되어야 치료 방침을 결정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연속 심전도 검사’가 필요합니다. 흔히 ‘홀터검사’라고 하는 검사 방법입니다.심장에 심근 질환이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합니다. 심장 안쪽에는 판막이 있는데요. 이 판막에 병이 있을 때도 심방세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판막에 병이 없는지 또는 심방 자체가 커져 있지 않은지, 커진 심방 안에 혈전이 생기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선별 검사도 필요합니다.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관상동맥질환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심방세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상동맥질환의 고위험군이거나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될 때는 관상동맥 조영술이라는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합니다.q. 그렇다면, 진단 시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우선, 심방세동의 기전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심방에 들어온 피가 심장이 쥐어짤 때 빠져나가고, 이후 새로운 피가 들어오는 것을 ‘순환’이라고 하는데요. 심방세동은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지 못하고, 심방이 떨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고, 심방에 피가 머무르게 됩니다. 문제는 피가 머무르면 굳어진다는 것입니다. 즉, 혈전이 생기는 것이죠.이렇게 생긴 혈전은 혈류를 타고 우리 몸을 돌아다니다가 뇌의 혈관을 막아버립니다. 허혈성 뇌졸중, 뇌경색 등 위험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과정이죠. 따라서 심방세동의 첫 번째 치료는 심방 속에 혈전이 생기지 않게끔 하는 ‘항응고치료’입니다.두 번째는 심실의 기능을 보조해 주는 치료입니다. 원래 심방과 심실은 보조를 맞춰 함께 운동하며 펌프질을 합니다. 이때 심방은 심실이 확 쥐어짤 때 몸에 충분한 양의 피를 뿜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심방세동 환자는 심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박출량이 최대 20% 줄어듭니다. 이렇게 되면 심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심박출량이 줄어들면서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죠. 따라서, 심방세동 환자는 심실의 기능을 보조해 주는 치료가 필요합니다.또, 심장이 뛸 때는 ‘동방결절’이라고 하는 발전소가 있습니다. 동방결절에서 전기 신호를 만들어 심방을 뛰게 하고, 그다음 방실결절에 전기 신호가 모였다가 다시 심실로 이동하여 심실을 뛰게 하는데요. 심방세동의 경우 전기 신호가 동방결절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각 조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심방이 어쩔 줄 모르고 ‘부르르’ 떨리는 것이죠. 그리고, 이 신호가 심방에 머물지 않고 심실까지 전달되면 심실도 빠르게 뜁니다. 이렇게 맥박이 빨라지면 그만큼 혈액 순환이 더 잘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심장이 피를 충분히 빨아들여야지 많은 피를 뿜어낼 수 있는데, 너무 빨리 뛰면 많은 양을 빨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열 번을 뛴다 한들 한 번 제대로 뛰는 것보다 못한 것이죠. 따라서, 심방세동 치료에 있어서 이 맥박을 컨트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q. 심방세동, 완치가 가능한 질환인가요약물치료를 비롯하여 시술, 수술 치료 등을 통해 심방세동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안정된 경우에서 우선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시술적인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특히 심실의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시술적인 치료를 먼저 추천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전기 충격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의 혈압이 너무 떨어지고, 혼수상태로 가려고 하는 등 급박한 상황일 때 전기 충격을 통해 빠르게 되돌릴 수 있는데요. 다만, 전기 충격을 주면 심방 속에 혈전이 생겨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뇌혈관질환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q. 마지막으로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심방세동은 음주,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과 연관성이 깊고 특히 고혈압, 심부전, 당뇨병, 심뇌혈관질환을 가지신 분들에서 유병률이 높은 질환입니다. 따라서, 음주와 흡연을 줄이고, 기저질환이 있다면 약 복용을 통해 질환을 잘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기획 = 백선혜 건강전문 아나운서도움말 = 구지훈 원장 (시흥센트럴병원 내과 전문의)